클린스만 출국, 가족과 휴가 뒤 유럽으로
2023 아시안컵에서 졸전을 거듭했던 한국국가대표팀 감독 클린스만이 아직 대회평가가 시작되기도 전에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지난 7일 아시안컵을 마치고 대표팀과 함께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클린스만 감독이 불과 2~3일만에 미국으로 떠나며 무책인한 모습에 축구팬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과의 4강전에 패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진사임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당장 해야 할 일은 한국으로 돌아가 대회를 분석하는 것이다. 다음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라며 사실상 자진사임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습니다. 이어 “어떤 조치도 생각하고 있는 게 없다. 2년 반 동안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목표로 팀이 더 발전해야 한다. 우리 앞에 쌓인 과제가 많다”라고 밝혔지만 모두 허언이 돼버렸습니다.
대회 직후 '당장 한국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대회를 분석'하기도 전에 '다음대회를 준비'하지도 않고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돌아간겁니다.
재택근무의 달인, 클린스만?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사람들의 도마에 올려졌습니다.
국가대표팀의 감독이지만 한국에 상주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K리그 현장에는 한두차례 모습을 보였을 뿐, 오히려 해외에 머무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가끔 손흥민, 김민재 등 유럽파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미국에서 휴식하며 <스카이 스포츠>, <ESPN> 등 외신의 패널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아시안컵 귀국 인터뷰에서도 그는 "다음주 쯤 축국 할 예정"이라며 "일하는 방식에서 제가 지속적으로 말씀을 드리고 있지만, 국가대표팀 감독은 또 많은 출장과 또 많은, 그런 업무들을 프로팀 감독과는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물론 여러분들께서 조금은 다른 생각을 갖고 또 그것이 맞지 않다고 지속적으로 하는 것도 알고 있다"라고 말한 뒤 "하지만 나의 일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분들의 생각, 여러분들의 비판은 존중 하지만 내가 일하는 방식, 내가 생각하는 국가대표팀 감독의 업무방식에는 변화가 없을 것 같다"며 기존과 동일하게 감독직을 수행할 것임을 천명했습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재택근무'에 대한 의견을 표력해왔습니다. 그는 "2~30년 전과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달라졌다"며 한국에 직접 머무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현대의 기술발전덕에 재택근무만으로 선수들의 데이터와 전술적인 분석이 가능하다는게 클린스만의 주장입니다.
이는 클린스만 감독의 전임자인 벤투감독이 한국에 머무르며 K-리그 경기를 직접 모니터링하며 선수들을 발굴, 중용했던 것과 대비됩니다. 많은 축구관계자들이 클린스만 감독의 재택근무에 대해 '현실적이지 않다'며 비판해왔습니다. 현장을 충분히 살펴 본 후 추가적으로 '영상자료'등을 활용하는 것은 괜찮은 선택일 수 있지만 온전히 선별된 영상자료만으로 대표팀 감독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클린스만의 속마음, '잘려도 좋고, 계속해도 좋고'
클린스만 감독의 연봉은 약 29억 수준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이번 아시안컵에 출전한 국가들 중 두번째로 높은 금액입니다. 클린스만 감독의 채용당시부터 '오버페이'논란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이전 4번의 감독경력 내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실패한' 감독에게 너무 큰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었는데요...이 부분에서는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한편 클린스만 감독을 해임할 경우 대한축구협회가 물어야 할 위약금은 60~100억 사이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계약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금액을 알수는 없으나 최근 일본언론 <스포니치>의 가키우치 가즈 기자가 "한국축구협회 관계자로부터 재미있는 정보를 들었다"며 클린스만 감독에 대해 "아시안컵 4강 진출이 최저목표치였던 것 같고, 자동해임은 할 수 없는 것 같다. 8강 탈락이면 위약금 없이 해임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공개하며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 위약금 문제가 수면위로 올랐습니다.
위약금 논쟁을 살펴보면 흡사 클린스만 감독이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형상입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남은 2년의 계약기간동안 1년 29억씩 약 60억 정도의 연봉을 받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해외파 선수들의 경기 관람 명목으로 비행기표, 숙박 등 다양한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경질이 되더라도 오히려 그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위약금으로 받게 됩니다. 말그대로 감독직을 유지해도 좋고, 경질되도 나쁠것이 없는 상황인 셈입니다.(어쩌면 속마음은 경질해주길 바라는 것일지도?ㅠ)
대한축구협회, 재택근무 지켜만 볼것인가?
대한축구협회는 설 연휴 이후 아시안컵 결산을 위한 회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클린스만은 불참하거나 비대면으로 참석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미 아시안컵 귀국 기자회견에서 "가서 짧은 휴식을 가진 다음 유럽으로 넘어가 이강인 선수, 손흥민 선수, 김민재 선수나 또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볼 예정"이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클린스만 감독의 철학이 아닌 한국축구에 대한 무시로까지 비쳐집니다. 국가대표팀 감독이 특별히 시급한 사안이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축구협회의 공식평가자리에 불참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점에서 대한축구협회의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마저 듭니다.
클린스만 스스로 이번 아시안컵을 앞두고 "넘치는 에너지로, 충분한 믿음을 가지고 카타르로 향한다. 아시안컵 트로피를 들어 올리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우승은 커녕 거의 대부분의 경기에서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인 감독이라면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의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의 첫 행보는 '가족과의 휴가'이후 '해외 축구관람'이다.
이대로라면 2026 북중미 월드컵 뿐 아니라 한국대표팀의 조직력마저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가장 시급한 변화는 '변화의 의지가 없는' 클린스만이 아니라 한국축구를 책임지고 있는 대한축구협회의 빠른 결단이다. 축구계 일각에서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듯 '위약금을 물더라도 빠르게 감독교체'를 단행하던가, 최소한 감독의 태도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감독 스스로 알아서 대표팀은 구상하고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회의 소집, 현장방문 등을 구체적으로 요청해 클린스만 감독 스스로 물러나던지 태도를 바꾸던지 양단간의 변화를 만들어내야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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