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4일 CJ ENM과 2024~2026년 3년간 KBO리그 유무선 중계방송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서 그간 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이슈였던 프로야구 유료시청 논의가 일단락됐습니다.
이번 계약으로 CJ ENM은 향후 3년간 KBO리그 전 경기의 국내 유무선 중계방송 권리 및 중계방송권을 재판매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CJ ENM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티빙(TVING)을 통해 프로야구 경기 생중계를 내보낼 예정입니다.
'프로야구 유료화'로 바뀌는 것들
KBO는 '유무선 중계방송권 계약'과 별도로 지난달 29일 지상파 3사와 3년간 1620억원 규모의 중계권 계약을 연장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TV로 야구중계를 볼 경우 기존과 똑같이 별도의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프로야구를 시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따라 점차 TV이용자는 줄어들고 휴대폰과 컴퓨터로 프로야구경기를 시청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많은 야구팬들이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2023시즌까지는 네이버, 다음 등 포탈은 물론 스포키 등 다양한 앱을 통해 프로야구 생중계 시청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시즌부터는 CJ ENM의 OTT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으면 휴대폰과 PC에서는 프로야구 생중계의 시청이 불가능해졌습니다.
CJ는 뉴미디어를 활용한 프로야구 시청을 위한 상품으로 5,500원 요금제를 내놓았습니다. 당초 팬들사이에서는 '저화질 무료'의 기대감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CJ의 선택은 전면유료화였습니다. 대신 생중계를 제외한 다시보기, 하이라이트, VOD, 문자 중계등의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CJ는 '프로야구 유료화' 대신 저작권 장벽을 대폭 낮출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프로야구 중계 영상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40초 미만의 영상을 쇼츠 등으로 SNS에 올릴 수 있게 됐습니다. 이로서 다양한 디지털 크리에이터들이 이를 활용한 컨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고, 이를 통해 신규 야구팬들의 진입이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KBO는 "지상파 3사와 3년간 1,620억원(연평균 540억) 규모의 TV 중계 방송권 계약을 3년 연장한 데 이어 사상 최대 규모의 유무선 중계권 계약으로 KBO리그 산업화의 기틀을 닦았다"고 자평했습니다.
공공재로서의 프로야구의미 축소
야구팬들의 의견은 분분합니다.
기존 티빙 유료구독자들과 일부 유료화에 찬성하던 팬들은 무덤덤하게 '어쩔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받아들이는 분위기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유료화에 대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40여년간 이어온 프로야구의 '공공재'성격을 잃게 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프로야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스포츠입니다. 80년대 군사독재시절부터, 민주화, 세계화, IMF 등의 국가적 난관과 시련속에서도 프로야구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꿈과 희망 그리고 열정을 공유하는 공공재로서의 기능을 해왔습니다.
프로야구가 지금과 같은 사랑을 받은 것도 바로 누구나, 언제나, 무료로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국내스포츠 중 유일하게 '시즌 전경기 생중계'가 이뤄지는 종목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공공재적 성격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팬들의 성원을 '유료화'로 보답하는 것은 팬들에 대한 도리가 아닙니다. 게다가 이번 유료화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은 더이상 프로야구 생중계를 볼 수 없는 차별과 배제의 상황에 놓이게 될 수도 있습니다.
프로야구팬 감소 우려
'프로야구 유료화'로 당장은 KBO와 구단, 그리고 OTT업체는 이익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유료화=관객감소'라고 단정지을수만은 없습니다. '유료화'이후 각 KBO와 각 구단의 마케팅과 CJ ENM이 얼마나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할 것인가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릴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료화가 '야구팬 감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처럼 티빙 서비스 유료가입을 꺼리는 야구팬들의 일부는 자연스럽게 야구로부터 흥미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프로야구는 현재의 '국민스포츠'의 지위를 영원히 유지할 수 있을거라 장담하기도 힘든 게 사실입니다.
당장 온라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찬반 논란만 봐도 그 가능성이 짐작됩니다. 일부팬들은 "그냥 TV로 보겠다"고 하는 반면, 강성팬들은 "이제 야구와 작별하겠다"거나 "기업의 이익만 생각하고 팬을 생각하지 않는 KBO 지긋지긋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프로'스포츠는 '팬'을 위해 존재함을 잊지 말아야
KBO입장에서는 중계권료를 확보해 프로야구 생태계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려는 생각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자칫하면 소탐대실이 될 수 있습니다. 올해 KBO의 뉴미디어 중계 유료화는 팬들과의 충분한 소통과 설득과정이 담보되었다고 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당장은 수입이 늘어날수도 있겠으나 팬들이 떠나고 난 후 다시 떠나간 팬들을 돌려세우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입니다.
공공재로서의 '보편적 시청권'울 보장하면서도 다양한 방식의 산업화를 위한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KBO가 너무 쉬운 선택을 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이미 계약이 체결된 만큼 향후 3년간은 현재의 결정을 되돌릴 수 없습니다. 1천억이 넘는 돈을 투자한 CJ ENM 입장에서도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팬들의 사랑덕에 큰 돈을 손에 쥔 KBO와 구단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시청료는 내는만큼 혹은 그 이상의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 노력의 몫을 중계권을 따낸 OTT업체의 몫으로만 돌려서는 안될 일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상업화된 야구에 실망한 팬들이 늘어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KBO는 '프로야구 산업화'를 고민하기 이전에 한국프로야구의 위상이 '팬'으로부터 출발했음을 다시한번 상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출발선에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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